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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경제학

항공권과 가격차별

우리나라 기차표나 고속버스표와 달리 항공권은 여러가지 요인에 의해 다양한 가격이 존재합니다. 그러면, 어떤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① 노선망을 많이 갖추고 있는 대형항공사일수록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항공권 가격이 비쌉니다.


따라서, 서울에서  출발해서 동경을 다녀온다고 할 때

대한항공의 항공권 가격이 일본 항공사보다 비쌉니다.


이것은 한국에서 출발하는 한국국적의 항공사가 일본 항공사보다 스케쥴이 다양하고 운항편수가 많기 때문에 즉,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지요. 한편으로는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한국항공사를 이용하는 것이 편하기 때문에 선호도도 높습니다.

같은 이유로 일본에서 출발하는 비행편은 당연히 일본항공사들의 가격이 제일 비쌉니다.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나라를 출발하는 국적기가 대개는 제일 비싸게 받습니다.


그리고, 같은 한국 출발편이라고 하더라도 대한항공이 아시아나보다 약간 비쌉니다. 대한항공이 아직까지는 아시아나항공보다 스케쥴이 다양하고 노선도 많기 때문이죠.


② 가격차이가 나는 다른 이유 중 하나는 성수기/비수기입니다. 7,8월 휴가기간이나 12월 크리스마스 시즌 등 손님이 많이 몰리는 성수기에는 같은 노선 같은 항공사라 하더라도 최고 높은 가격을 매겨 받습니다. 수요가 많을수록 가격이 올라가는 경제학의 기본논리입니다.

같은 날 같은 항공사가 같은 노선에 두편의 항공편이 있다고 해도 가격 차별이 가능합니다.  오후9시에 출발하는 비행기 요금이 아침 9시 출발하는 비행기편보다 쌀 가능성이 큽니다. 아침에 가면 그날 하루 일을 볼 수 있는 반면, 밤에 출발하면 그날 가서 일은 못보고 자야하는 불편이 있기 때문에, 여행객들이 특히 단거리 비즈니스 여행객이라면 아침 비행편을 선호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③ 같은 날 , 같은 노선, 같은 항공사라도 가격차이가 존재합니다. 항공권마다 제약조건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퍼스트냐 비즈니스냐 이코노미냐 즉 좌석의 클래스마다 차이가 나지만, 같은 이코노미클래스 좌석이더라도 1년안에 쓸수있는 항공권이 있고, 6개월,3개월, 15일....등 기간제한이 다를 때 당연히 기간제한이 짧을수록 항공권 가격은 내려갑니다.

경유지 체류제한에 따른 차이도 있고, 환불여부에 따른 차이도 있고....같은 기간제한이더라도....또 차이가 납니다. 그리고, 단체여행객을 위한 티켓이냐, 개인용이냐에 따른 차이도 있습니다. 당연히 시중 여행사에 공급하는 단체여행객용 티켓이 제일 쌉니다.


④ 여행사나 항공권 대리점 별로 차이가 납니다. 개인이 대한항공에서 직접 표를 사는 것이 가장 비싸게 구입하는 경우이고. 항공권을 전문적으로 파는 대형여행사일수록 싼 가격에 공급이 가능합니다...... 물론 항공권을 대행 판매하는 곳에서 항공사에 지급하는 수수료에도 차이가 있으니까 그런 점도 가격차이에 영향을 미칩니다.

이와 관련해서 참고가 될 만한 글을 소개합니다.( 왜 항공사보다 여행사 티켓이 더쌀까)
http://bloggernews.media.daum.net/news/1399865


⑤ 하나더, 그래도 우리나라나 아시아시장은 그나마 가격차별이 덜 한 편입니다.

유럽의 항공사들은 가격 차별을 세밀하게 하기 때문에, 같은 조건(같은 날, 같은 시간, 같은 노선, 같은 비행기)에서도 언제 항공권을 구입했느냐에 따라 또 달라집니다. 미리 충분한 시간을 두고 여유있게 구입하는 경우 싼 항공권을 살 수 있고, 비행날짜에 임박해서 급하게 사는 경우 비싸게 사게 됩니다. 물론 비행날짜/시간에 임박했는데, 항공권 판매가 부진한 경우에는 또다시 할인판매해서 싸게 파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유럽이나 미국항공사의 경우에는 같은 비행기의 바로 옆좌석에 앉은 사람이 나와 같은 항공요금을 내고 앉아있을 확률이 거의 0에 가깝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모든 좌석을 각기 모두 다른 가격으로 책정한다는 의미입니다.

최근에는 인터넷이 발달해서 온라인으로 티켓을 판매하기 때문에 이러한 가격차별이 더 쉽게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이 되었습니다.


⑥ 참고로, 직항노선의 비행기가 경유노선의 비행기보다 비쌉니다. 당연하겠죠. 경유해서 가는 경우 훨씬 시간도 많이 걸리고 불편할테니까요. 예를 들어, 서울-런던 노선의 경우, 대한항공은 직항편이 있습니다. 반면, 일본항공사는 서울-동경-런던, 홍콩항공사는 서울-홍콩-런던, 싱가폴항공사는 서울-싱가폴-런던, 아랍에미레이트항공사는 서울-두바이-런던...이런 식으로 여행객을 실어나릅니다.

빙빙 돌아가는 거죠.... 이런 외국항공사는 일단 여행객을 서울에서 자기나라 공항까지 실어나른 후....거기서 그 항공사의 다른 비행편으로 그나라에서부터 런던까지 또 운송한다고 합니다. (이런 경우 전문용어로 6자유운송이라고 한답니다)  당연히 공항에서 대기시간도 길고...비행시간도 길기 때문에.....무척 피곤하고 힘들겠지요.

더구나, 싱가폴, 아랍에미레이트, 네덜란드 이런 코딱지 만한 나라들은 자국에서 발생하는 여행객들이 매우 적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항공권을 덤핑판매해서라도 '다른나라'의 항공시장을 공략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다른나라'의 국적항공사 입장에서는 상당히 얄밉고 껄끄러운 상대가 된다는 겁니다. 노략질당하는 기분이겠죠.  이런 유형의 제3국 항공사들은  남의 시장을 넘나들어야 하기 때문에 가장 저렴한 항공권을 판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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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의 나라들은 심지어 기차표도 같은 열차편에 대해서도 항공권과 같은 식으로 가격차별을 합니다. 경제학 이론에서 말하는 것과 같이, 가격차별을 통해 수요를 늘리고, 소비자잉여를 흡수하면 기업의 이익이 늘어나기 때문이죠.


같은 서비스를 다른 가격에 판매하는 것이 현시점에서 우리에겐 생소하게 느껴지지만, 아마도 가까운 장래에는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식의 판매형태(세밀한 가격차별)가 일반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관련 기사 하나 더:
http://news.joins.com/article/352/3694352.html?ctg=1100&cloc=home|list|list2